의사는 신, 점성술사, 무당이 아니에요!
(부제: 의사가 좋아하는 환자, 안 좋아하는 환자)
가끔 진료를 하다 보면, 내 질병을 맞춰봐라는 식의 태도로 의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환자분이 있습니다. 보건지소에서는 거의 없지만, 일반 의원이나 병원급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즉, 자신에 대한 정보는 일체 제공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아내고 치료해라는 식이지요.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의사는 신이나 점성술사나 용한 무당이 아닙니다. 어떻게 처음보는 사람의 아픈 부위를 아무 정보도 없이 그냥 한번에 척 알 수 있겠습니까? 만약 한번에 보자마자 맞춘다면 신이나 용한 점성술사겠지요. 그래서 필연적으로 환자분께 정보를 얻고자 합니다. 대부분은 그냥 어디가 어떻게 아파서 왔는지 쉽게 이야기해주시지만, 간혹 말이 잘 안 통하거나 이야기가 잘 안 풀리는 경우도 있답니다. 환자분의 말을 잘 이끌어내고 이에 따른 치료법을 생각해서 진찰하는 것이 의사의 실력이지요. 사실, 이 환자의 말을 잘 이끌어내는 능력, 잘 들어주는 능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도 제일가는 원칙이랍니다. (=History Taking. 병력청취 이라 하지요. 너무 중요해서 말 안해도 아실듯)
" If one listens carefully, the patient will tell the physician the diagnosis !!"
그렇다면 어떻게하면 자신의 증상을 잘 설명하고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요? 간단히 알아봅니다.
의원이나 병원에 가셔서 이야기해야 할 것들.
(아래의 것들을 잘 설명하는 환자일수록 자신의 병에 대해 스스로 잘 알고 있고 의사도 좋아한다는...)
1. 통증의 종류: 배가 아파요. 머리가 아파요.
2. 질병이 시작된 시기: 가장 아플 때의 시기가 좋습니다. 즉, 어제부터 갑자기 그랬어요. 아픈지 약 3일정도 지났어요. 가끔 아픈지 한 10년정도 되었고 아팠다 안 아팠다하고...이러면 복잡해집니다.(ㅡ,ㅡ;;;)
3. 현재의 증상: 어제까지는 여기가 아프다가 오늘부터는 여기도 아프네요.
4. 통증의 위치, 강도, 빈도, 양상, 지속 시간, 호전인자, 악화인자등: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간단히만 이야기해 주셔도 좋습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더 아파요. 무엇인가 먹고 난 뒤에 더 아파요. 물만 먹어도 아파요.등등
쥐어짜는 듯이 아파요. 바늘로 콕콕찌르는 것처럼 아파요. 뒤틀리는 듯이 아파요. 등등
이상의 것들을 스스로 이야기하셔도 좋지만, 너무 말할 것이 많다 싶으면 1.2.3.만 말하셔도 됩니다. 그러면 의사선생님이 추가로 4번등의 질문을 통해서 환자분의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X-ray 등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병력청취"인데 보건지소에서 제가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시골의 보건지소에서는 검사를 할 수 있는 장비나 기계가 없답니다. 다만 청진과 문진만으로 진찰을 할 뿐...)
실제로 모 환자분 같은 경우는 오실 때마다 자신의 증상을 장황하게(?) 설명해주십니다.(대부분은 감기로 오시지만...) 예를 들어서 어디어디가 아프고, 목도 아프면서, 노란 콧물과 연녹색 가래등이 나온다는 말을 하시기도 하고, 코뒤에서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시기도 하고요. 듣는 입장에서는 매우 좋습니다.(항생제를 추가로 넣을지 말지 고민을 덜어주기에...)
참고로 가장 곤란한(?) 경우는 자신의 증상을 두루뭉실하게 설명하실 때가 그렇답니다. 예를 들어서 배가 아픈데, 아픈지는 10년정도 더 되었고, 최근에 특별히 더 아프거나 덜 아픈것 같지는 않고 아픈 정도는 그냥 그저 그렇듯이 살살 아프고, 음식을 먹으나 물을 먹으나 아프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고...등등 무엇하나 딱 떨어지게 구체적이지 않게 설명하시는 분은 의사도 (속으로)곤란해합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게 도대체 왜 온거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라시는 것일까?")
환자분들이 어려운 의학용어를 써가면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해 달라고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단순하고 쉬운말로 정확하게만 설명해달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히려 젊으신 분들보다 나이드신 환자분들이 더 좋을 때가 많다는...
"무릎이 아픈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비가 오거나 일만 하면 더 아프고, 요즈음에 밭일해서 그런지 더 심해졌어. 여기여기가 쿡쿡 쑤시는 것처럼 아퍼~!"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정확한, 아름다운 말입니까!)
결론: (나쁜 예) 배가 아픈데, 그냥 오래전부터(불명확) 계속해서 아파왔어. 최근에 더 아프거나 덜 아픈것 같지는 않은데, 불편해서 왔어. 아프기는 그냥 두루뭉술하게 아프고, 그저그래~~~...
(좋은 예) 배가 아픈데, 어제부터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어요. 물만 먹어도 아프고, 속이 뒤집히는 듯한 느낌으로 불편합니다. 설사나 변비는 없었고, 최근에 특별히 먹은 음식은 OOO 정도 밖에 없어요!
본인의 증상을 잘 설명하면, 의사도 좋을 뿐만 아니라 환자분께도 좋답니다. 구체적으로는 넣어야할 약의 갯수를 줄일 수 있거나 증상에 맞는 꼭 필요한 약만 넣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두루뭉술하게 말한 경우보다 꼭 해야만 하는 검사의 수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X-ray, CT, MRI등등) 즉, 자신의 증상에 좀 더 맞는 구체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물론 지나친 수다나 장황설은 좋지 않지만,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는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시는 것이 좋다는 사실~! 다음번에 동네의원이나 병원가실 때 한 번 적용해보세요~! ^^
P.S.
참고로 저도 소화가 안되어서 병원갔을 때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했답니다. 속이 더부수룩한지는~~~되었고, 음식은~~이며 등등...
P.S.2
헬스로그의 권선생님 글을 읽고 문득 생각이 나서 포스팅해봅니다. 권선생님의 글을 읽어보세요.
(정말로 안습인 상황입니다. ㅠ.ㅠ 글을 읽으면서 답답함에 눈물이...)
P.S.3 덧글들에 대한 추가 설명...
본문에서도 '환자분의 말을 잘 이끌어내고, 잘 들어주는 능력이야 말로 그 의사의 실력'이라고 분명히 언급을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 실력도 능력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환자분들께 요구하는 것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환자분들이 좀더 주절주절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신다면 더 좋을 것이라는 의미로 글을 썼습니다. 부디 "그럼, 환자가 병에 대해서 스스로 잘 알아서 다 이야기해야 하냐?"는 오해는 말아주세요.
이 분야도 서비스업이기에 더 좋은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찾아가시면 됩니다. 욕하거나 제대로 설명안해주는 의사는 두 번 다시 찾지 말고, 친절하고 약도 적게 쓰고 설명도 잘해주시는 의사를 찾아가세요. 이글루스(늑대별님을 비롯한)에도 많이 계시고, 헬스로그에도 많이 계십니다. 그리고 의외로 큰 병원보다는 주변의 동네의원, 병원에 친절하신 분들이 더 많이 계십니다.
그리고 의사를 나쁜 놈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자신의 증상이나 상황만큼은 사실만을 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정말로 본인을 위해서랍니다.)
한 예로 Motorcycle 사고로 응급실로 실려온 젊은 환자분이 헬멧을 썼었느냐는 질문에 끝까지 대답을 안 하시는 경우가 있었답니다. 저희는 경찰이 아니니까 그냥 사실대로만 말씀해 달라고 겨우겨우 구조사와 제가 설득한 끝에 안 썼다는 대답을 받아냈지만...
환자분을 치료하기 위해서 묻는 질문이지,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발하기 위해서 하는 질문이 절대로 아니랍니다. 환자분에 대한 모든 정보는 비밀에 부쳐집니다. 환자분의 동의 없이 함부로 공개할 경우-심지어 경찰에까지도-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됩니다.(연예인이나 텔런트 등으로 잘 아실듯.) 헬멧을 안 썼다면 머리에도 충격이 있어서 출혈등이 있을 수 있기에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 것인데...
아무튼, 글이 이렇게 논란이 될지는 몰랐습니다. 과밸로 발행한 제 잘못이 크네요.(답글은 따로 달지 않겠습니다.) 그저 부족한 제 이글루에 방문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m(__)m






![[수입] 베토벤 : 교향곡 9번 - 푸르트뱅글러](http://image.aladdin.co.kr/coveretc/music/coveroff/4356695321_2.jpg)

덧글
암튼 의자로서는 분명히 자기증상을 알려주는 환자가 좋지요.
그냥 무턱대고 손내밀면서 봐주시오~!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니..
(뭐, 실로 진맥을 하는 드라마들이 하도 난무해서..그 결과가...)
그날 제가 좀 안습이긴 했죠 ㅠㅠ
오늘은 어쩌신지요? ^^;;
(뭐, 두루뭉술 아프더라도 아픈 것은 아픈 것이기에 짐작이 가거든요...)
어?
무지 불쾌하더군요...
어째든 자기몸 아파서 갔는데 증상 설명안하는 사람들도 있군요... 바보들이네요...
병명도 안 말해주고 약 줄테니까 먹어 하고 아무런 설명도 안하고. 툭하면 반말에 욕도 하던데.
지들이 하는 일이 서비스업인줄도 모르고 무슨 벼슬이다 ㅋ
A:의사 네가 과연 나의 병을 맞출 수 있을까?
B:훗 그것정도야 이미 네가 들어온 순간 강약약 중약약 강중약이지............
이건 뭔가 아니지만;;
제 경우는 수술이 무서워서 증상을 축소시킨 경우도 있었지요. 그리고 맹장염이 악화되어서 복막염이 되었습니다. 잘됐구나 잘됐어.
그럼 한국 환자중 70% 이상이 죽어 나가야 할지도...
했다 그래도 옴길것 같은지 계속 괜찮다 괜찮다 좋아진다 했는데 돌아가시기 며칠전에 뜬금없이
오늘내일한다고 마음에 준비하라고
열받더군
경황이 없어 고소를 할려다 못했는데
몇년 몇달 뒤 생각해보니 의사라는 사람들이 회진하면 (이런종류의)사람들이 어떻게 죽어가나
관찰하고 관심이 없어 보이더군요
일종의 돈내고 DB축척을 해주는건데 마치 오류있는 신제품을 사는 소비자인데
현기차 처럼
그 나중에 나중에 죽어갈때 병원을 갈까말까 생각중인데 어짜피 완치못하고 죽었다고 해도
책임안지니 차라리 결혼을 한다면 재산이라도 남는 사람에게 많이주지 돈내고 DB나 이런저런 실험
사례 연구표본되긴 싫죠
예를 들자면 어제 약간 상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나서 아픈 것을 본인이 잘 알면서
"왜 주의깊게 굴지 않고 상한 음식을 먹었냐"고 타박을 들을까봐서
그냥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부터 갑자기 배가 아프고 열이 나요"라고 하는 식으로.
의사가 의심이 생겨서 이것 저것 물어보면 눈치 살살 살피면서 "잘 모르겠어요"라면서
'그냥 아픈 거나 안아프게 해주지 왜 자꾸 귀찮게 물어'라는 식으로 응대를 하기도 하고...
특히 좀 극성적인 보호자를 동반한 미성년자들이 이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ㅋㅋ
2010/08/13 20:5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특히 고혈압, 당뇨!! 약 드신지 3년쯤 되셨다고 나중에 와서야 말하시면 ㅠ
이미 식사도 당뇨밥말고 일반 식사 들어가는데 병력을 숨기시면 서로에게 좋은게 없잖아요
그런데도 끝까지 거짓말 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고놈의 보험이 뭐라고.
1. 의식을 잃어 아예 표현을 못하는 환자 --> 신에게 가시오
2. 귀가 먹어 의사말을 못 알아듣는 환자 --> 점성술사에게 가시오
3. 벙어리라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환자 --> 무당에게 가시오
4. 말 많은 환자 -----------------------> 집에 가시오
환자는 자기가 왜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모릅니다.
의사가 질문을 정확하게 한 후 그 피드백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해야지.
그러지 않고 환자의 표현력에 의존한다면 그건 의사의 자질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좀 다른 이야깁니다만...
소비자는 뭔가 원하긴 하지만,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모릅니다.
그걸 정확하게 파악해 내는 것은 전적으로, 공급자의 일이지 소비자의 일이 아닙니다.
'지나가다'님이 만약 자동차 수리를 맡기는데, 정비사에게
'내차 이상해. 왜, 어떻게, 어딘지 모르지만 이상해요.' 라고 하는게 낫나요 아니면,
'차 뒤쪽에서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데, 이게 지난 주에 내 차로 자갈밭을 지나고 나서 부터 시작되욌네요.' 라고 하는게 해결이 쉬울까요?
병원가서 설명하기 곤란하거든요.
그리고 수시로 통증이 올 때 마다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기록합니다.
시간과 발현 정도도 최대한 구체적이며 자잘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면 확실히 서로 편하더군요. 전 일반인이지만
병원생활을 많이 해보니 의외로 이런 것이 쉽다는 걸 알게 되더군요.
자기가 어디 아픈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그 상황에서 환자의 표현력이 중요해요?
당연히 어딘지 모르지만 이상하다 라는 반응이 당연한거고, 그걸 하나하나 물어서 진단을 해야지. 표현력에 의존한다구요?
이러니 돌팔이 소리를 듣는거죠. 어휴.
잘 모르는 것도 최대한 정확하게 표현해주시는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환자들이 이자가 아파요, 위유문부가 아파요, 담관이 아파요,
이렇게 전문적인 용어로 증상을 정확하게 표현해 달라는게 아니고,
통증이 어느 부위에 있는지 아님 잘 모르겠는지,
통증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언제 나타나는지 알고 싶은 겁니다.
그게 환자를 위해서도 좋은 거구요..
진짜 답답한 환자들은 정확한 질문으로 어디가 아프냐 물어봐도
'그냥 다리가 아파'
'다리 어디가 아프세요?'
'그냥 다리가 아프다구!'
'그럼 전체적으로 아프신가봐요?'
'아니, 그런건 아닌데 그냥 다리가 아파'
';;;;;;;;;;;...언제 주로 아프세요?, 움직일 때, 누워있을 때, 앉아있을 때? 아플 때 느낌은 어떠시구요?'
'몰라, 그냥 아프니까 약이나 줘'
정말 난감합니다..
윗글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은데 저 상황에서
무릎 안쪽 부위가 앉았다 일어날 때 아프고 1년 정도 되었다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의사 환자 서로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예전 집안 어르신들 말씀 중에, 의사 교육 과정중에 그 지방 사투리로 표현한 증상들을 공부하는 것이 수업중에 있다고 들었지요. 그 당시 어르신들도 자기가 아픈 부위가 있으면,
'아 어깨가 걸쩍지근 한게, 뼈마디가 쑤셔' 등으로 증세를 표현하십니다.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 모르신다니요...
의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님께서
'내 어깨 관절 부위에 있는 근육에 혈전에 의한 혈액순환 장애가 왔소'라는 식으로 해설을 해달라는게 아닙니다. ㅡㅡ;;
- Dr. House
의료계에 일하시는 분들이 다 죽일 분들이죠.
이런 의사쌤들 만나기가 힘이 들다는 거겠죠~
제가 갔던 대부분의 병원들은 제가 증상을 얘기해도 듣는건지 마는건지 얼굴도 제대로 안보던데요.
매일 아픈사람들 만나는 직업이 쉽지않은건 알지만 증상도 좀 들어주시고 설명도 잘 해주시는
의사샘이 많았음 좋겟어요 ^^
그거 신경쓰고 살면, 제 명에 죽기 힘들고... 공보의 마치고 의사로 복귀해서 먹고 살기도 힘듭니다.
홧병으로 죽어요....
가끔 1년전에 내시경 받고 가서는 1년 뒤에 목이 아프다고 물어내고 오는 사람들도 만납니다.
인터넷에서 만나는 잡소리하는 인간들이 차라리 그립다고 해야할지...
차라리 Axis I이면 약이라도 듣죠....
Axis II는 어쩔 수 없어요...